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미얀마 바간(Bagan)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웅장하고 신비로운 불교 유적지입니다. 2,000개 이상의 사원이 황금빛 평야에 펼쳐져 있는 이곳은 여행자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하는 장소입니다. 사원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와 여행 팁, 유적 보존의 현장까지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서론: 시간의 흐름을 머금은 바간, 그 황홀한 첫걸음
미얀마 중부에 위치한 바간은 고대 바간 왕국의 수도로,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찬란하게 꽃피운 불교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현재에도 약 2,200여 개의 사원과 파고다가 남아 있어, 아시아 최대의 불교 유적 밀집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유적들은 단순히 오래된 돌덩이가 아닌, 당시 사람들의 믿음, 예술, 정치, 문화가 응축된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저는 실제로 바간을 두 번 방문했는데요, 첫 방문은 12월이었고 두 번째는 우기 직후인 7월이었습니다. 건기에는 선선한 바람 속에서 열기구를 타고 바간 전체를 내려다보았고, 우기 이후엔 촉촉한 땅과 맑은 하늘, 조금 더 싱그러운 분위기의 사원을 감상할 수 있었죠. 특히 쉐지곤 파고다 앞에서 만난 현지 노승과의 대화는 지금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그는 “사람은 바간에 와서야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참 멋진 말이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바간의 주요 유적지부터 여행 팁, 박물관과 보존 활동까지 하나하나 소개해드릴게요.
바간의 대표 불교 유적지 탐방
🛕 아난다 사원 (Ananda Temple) – 완벽한 대칭의 아름다움
- 건축 연대와 역사: 1105년경, 왕 아난다의 이름을 따 건립된 이 사원은 바간 양식 불교 건축의 정수입니다. 인도 북부 구자라트의 영향도 반영된 디자인으로, 외형은 미얀마적이지만 내부는 인도풍 장식이 돋보입니다.
- 건축적 특징: 정사각형 배치로 사방으로 출입문이 나 있으며, 네 방향 모두에 대형 불상이 서 있습니다. 특히 남쪽과 북쪽 불상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동쪽과 서쪽 불상은 후대에 복원되었습니다.
- 테라스와 첨탑: 테라스 위에서 올려다보는 중앙 첨탑은 높이 52미터로, 흰 벽과 금색 스투파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야경도 환상적이며, 특히 만월 밤에는 현지인들도 이곳을 참배하러 옵니다.
🛕 타비뉴 사원 (Thatbyinnyu Temple) – 바간에서 가장 높은 위엄
- 높이와 구조: 약 61미터에 달하는 이 사원은 1150년경에 완공되었습니다. 5층 구조의 웅장한 벽돌 건축물로, 상층부에 올라가면 바간 평야의 사원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어요.
- 건축 양식: 바간 후기 건축 양식으로, 외부는 간결하지만 내부는 화려한 벽화와 섬세한 불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치형 천장과 복도는 소리를 공명시켜, 조용히 걷기만 해도 ‘찰나’의 울림을 줍니다.
- 사진 명소: 일몰 직전 사원 외벽에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붉은 벽돌이 황금빛으로 변하는데요. 이때 찍은 사진은 바간 여행자들의 필수 인생샷 중 하나입니다.
🛕 쉐지곤 파고다 (Shwezigon Pagoda) – 미얀마 파고다의 원형
- 기원과 의미: 이 사원은 미얀마 파고다 양식의 원형으로 여겨지며, 왕 아노라타가 불교의 정착을 상징하기 위해 11세기 후반에 건립했습니다.
- 금박의 예술: 중앙 스투파는 순금으로 덮여 있으며, 주변에는 32개의 작은 사원과 4개의 입구가 있어 마치 불교의 우주관을 상징하는 듯한 구조입니다.
- 참배 예절: 현지인들은 이곳을 돌며 매월 태어난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상에 물을 붓고 소원을 비는데요,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 파야똔주 사원 (Payathonzu Temple) – 세 사원이 하나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
- 건축적 특징: 세 개의 독립된 사원이 복도 형태로 연결된 희귀한 구조입니다. 이는 인도 또는 티베트 불교 사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돼요.
- 벽화의 보존 가치: 내부에는 마라의 유혹, 붓다의 탄생 등 불교 설화를 그린 고대 벽화가 남아 있으며, 색감과 선이 아직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 한국 문화재청의 지원: 2020년부터 한국 문화재청이 보존 작업을 지원하면서 이 사원은 한국-미얀마 문화 교류의 상징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어요.
바간 여행을 풍부하게 즐기는 꿀팁
🌤 최적의 여행 시기
- 11월~2월: 건기이며 평균기온이 20~30도 사이로 쾌적합니다. 열기구 운영도 이 시기에만 가능하므로, 바간의 하늘을 날고 싶다면 꼭 이 시기를 추천해요.
- 우기(6~9월)는 관광객이 적어 한적하게 즐길 수 있지만, 일부 유적지 진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이동 수단의 선택
- 자전거: 하루 대여 약 3,000짯(약 2천 원),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만 여름철에는 다소 힘들 수 있어요.
- 전동 스쿠터: 대여비 약 5,000~8,000짯, 체력 소모 없이 빠르게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 호스카트: 전통 마차를 타고 느긋하게 사원 사이를 이동할 수 있어, 특히 어르신 여행자에게 추천드려요.
🌅 일출과 일몰 포인트
- 쉐산도 파고다는 단연 최고 명소로 꼽힙니다. 5층 전망대에 앉아 붉게 물드는 하늘과 파고다 실루엣을 감상하는 순간은 정말 영화처럼 아름답습니다.
- 법화 사원(Dhammayangyi Temple) 주변도 조용하고 덜 붐벼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일몰 장소입니다.
🎈 열기구 체험
- 이용 시간: 새벽 5시경 출발하여 약 45분간 비행합니다.
- 비용: 약 300~400달러로 다소 비싸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에요.
- 팁: 예약은 최소 한 달 전 미리 해두는 것이 좋으며, 바람에 따라 출발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여유 있는 일정을 추천드립니다.
바간 고고학 박물관 – 유적의 맥락을 읽다
- 설립 배경: 1904년 설립된 이 박물관은 바간 전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보존 및 전시하고 있습니다.
- 주요 전시물: 왕들의 비문, 금속 불상, 테라코타 벽면 장식, 연꽃 모양의 조각 등이 전시되어 있어, 유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 미야제디 비문(Myazedi Inscription): 버마어, 팔리어, 몬어, 피유어로 쓰인 이 비문은 미얀마에서 가장 오래된 4개 언어 병기 문서로, 미얀마의 ‘로제타 스톤’이라 불리죠.
결론: 바간, 당신의 삶에 남을 여행지
바간은 ‘불교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넘어, 삶과 죽음, 믿음과 예술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입니다. 여행객의 눈으로는 감동을, 학자의 눈으로는 깊이를, 예술가의 눈으로는 영감을 주는 이 도시에서 하루라도 머무른다면 누구나 마음 한 켠이 바뀔 거예요.
가시는 길에 사원 내부에서는 꼭 신발을 벗고 조용히 관람해 주세요. 유적 보호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